제목 : 기장에서 해운대까지 등록일 : 2012-09-23    조회: 375
작성자 : 김창수 첨부파일:
기장에서 해운대까지 

장엄한 태양이 도회의 하늘로 붉게 솟아오른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주말 아침부터 동대구역이 부산하다. 추석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며칠 전 우체국에서 고객용으로 기장 미역을 택배로 보내왔다. 그 유 
명한 기장 미역의 본고장 기장이 오늘 도보 여행의 시발점이다. 
경산을 지나면서 갑자기 안개 자욱한 초록 바다가 펼쳐지더니 밀양에 
서는 잠시 가느다란 햇살을 비추다 이내 사라지고 낙동강을 따라 물 
안개가 피어오르며 철마 따라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구포에서 하차하여 도시철도를 타고 미남, 동래를 거쳐 안평에 도착 
했다. 차량이 전부 6량으로 구성된 안평행 도시철도는 내부가 깨끗하 
고 사방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널찍한 창문이 인상적이며 마치 장난 
감처럼 앙증맞다. 구포에서 종점인 안평까지는 45분 정도 소요 되었다. 
안평에서 기장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기장읍 고려병원 앞에서 하차하 
니 시간이 꽤 흘렀다. 신천, 죽성 마을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난 
왕복 2차선 도로를 걷다 보니 한적한 시골 길에 들어선 듯하다. 차량
만 듬성 듬성 다닐 뿐 인적이 없다. 도로 양옆으로 숲이 우거지고 그
늘이 드리워져 걷기에는 별 부담이 없다. 신앙촌 입구부터 죽성마을까
지는 게속 내리막길이다. 기장읍에서 죽성마을 바다까지는 이정표에 
3km 정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원죽1리 마을에 들어서자 파헤쳐 놓은 보라색 고구마 줄기가 햇살에 타
들어 가고 방파제 안쪽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는 망둥어처럼 생
긴 꼬시래기(문절망둑)를 잡은 어느 낚시꾼의 모습이 퍽 한가롭다. 

두호항에서 이정표를 보니 대변항까지 3.8km 정도 표시되어 있어 마음 
은 앞서지만, 바다 풍경이 아주 아름다워 주변을 둘러봤다. 드라마 촬
영지 오픈세트로 장식된 교회가 바닷가 둔치에 서 있고 그 앞에는 기묘 
한 갯바위가 펑퍼짐하게 눌어붙어 있다. 건너편 갯바위는 마치 거북이 
처럼 머리를 치켜들며(거북바위) 건너편 육지를 바라본다. 두모포 풍 
어제앞이라고 씌여진 돌 비문 너머로 조선 후기 암행어사로 내려왔던 
이도재에 얽힌 사연 많은 갯바위가 군단을 이루고 있다. 

[일광에서 대동미를 싣고 부산진으로 향하던 대동선이 죽성마을 앞바다 
에서 큰 풍랑을 만나 침몰하자 양곡은 수장되고 선원들만 구조되었다. 
대동선이 기장 앞바다에서 침몰되어 많은 양곡이 수장되었다는 사실은 
경상감영을 통하여 조정에 보고되었고 이도재 암행어사가 이를 조사하 
기 위하여 기장현으로 내려왔다. 당시 엄청난 가뭄에 시달리던 어촌 주 
민들이 목숨을 걸고 물에 빠진 볏섬을 건져 가족들과 함께 먹었는데, 
기장 현청에서 절도죄로 주민을 옥에 넣었고 현장조사를 나온 어사는 
어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파악하고 그들을 방면하였으며, 매바위에서 기
생 월매의 가무에 흥이나 오언절구(天空更無物 海鬪難爲時 環球九萬里 
一葦可航之 "하늘이 텅 비었으니 보이는 것이 없고, 사나운 바다는 시객
을 위해 춤을 추는데, 저 멀리 돛단배는 언제 무사히 돌아오려나.")를 
짓고 어사암이라는 글자를 바위에 새겼다고 전해진다.] 

월전마을 포구에 들어서니 활어판매장이 눈앞에 어른거려 사진 몇 장을 
찍으니 입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사진값 내라며 엄살을 떨어 전어를 
조금 사서 포구에서 먹으니 뼈째로 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어시장 뒤
편에서는 이동용 차량 확성기로 영광굴비와 안동 간고등어를 판다며 생
물 전어와 쥐치 앞에서 주름잡는 모습이 가관이지만 그들을 내쫓지 않고
내륙에서 만들어진 간 고등어와 전어가 공생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원전마을을 벗어나니 기묘한 갯바위가 수를 놓고 해안 멀리 돌출된 바닷
가 언덕에는 하얀 등대가 해풍에 꿈쩍않고 그 아래는 직벽으로 마치 고도
절해를 탈출하는 빠삐용의 감옥 같다. 
  
대변항을 만나기 100 미터 전 즐비한 갯바위와 방파제에는 낚시꾼들로 장 
사진을 이루고 굽이진 대변항 안쪽 포구에는 기장 미역과 멸치 특산품 가 
게가 줄을 잇는다. 미역과 다시마로 만든 초록 젤리가 눈길을 끈다. 천혜
의 포구 대변항도 일광처럼 비슷한 지형을 두른 듯 깊숙한 유자형 포구를 
빠져 나오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대변과 연화리가 만나는 부근 포
구에는 아낙들과 어부들이 장어 미끼로 토막 낸 꽁치를 낚싯줄에 칭칭 붙
이고 있었다. 우측 건너편에는 00그룹 별장이 들어선 조그만 섬이 있고 서
암마을이 고만고만한 포구와 이어진다. 

해광사 아래 바닷가 높다란 바위 위에는 기도원이 장난감처럼 놓여있고, 그 
앞 광장에는 비둘기가 먹이가 풍부해 그런지 떼지어 몰려다닌다. 오랑대에 
서 다시 바다는 숨어버린다. 도로 주변에는 동부산 관광단지 조성한다고 산 
과 들이 어지러이 파헤쳐져 있다. 

동암 바닷가 마을로 접어드니 수산과학관과 해동용궁사가 나란히 바다를 바 
라보며 저마다 지고 지선을 자랑한다. 수산과학관은 오픈되어 야외체험 수족
관과 선박전시관, 수산과학관이 전시되어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드렁허리, 
호박돔, 용치놀래기 등 성전환 물고기가 이채롭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400 
미터 쯤 들어가면 해동용궁사가 시랑대를 병풍 삼아 풍광 좋은 바닷가에 서
있다. 입구 갯바위에는 해풍과 파도에 날아갈듯한 사연많은 돌탑이 올망졸
망 모여있고, 해동용궁사 초입에 빨간 교각이 구름다리가 되어준다. 풍경 좋
고 부산이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바닷가에 위차한 사찰 경내는 인산인해다. 

해동용궁사에서 남쪽 바닷가로는 길이 막혀, 왔던 길로 다시 나와서 공수마을
까지 내륙 도로를 따라 걸었다. 삼십 여분 걸으니 해운대 입간판이 나오고 송
정 죽도 공원이 멀리서 손짓한다. 송정해수욕장에는 철 지난 바닷가를 그리워
하는 청춘남녀와 물놀이, 족구를 하는 학생들로 백사장이 시꺼멓다. 청춘은 
아름답고 한 점 그림자도 없이 즐거워 보인다. 
 
송정해수욕장에서 해운대 방면으로 굴다리를 지나고 상가가 끝나는 지점에 커 
다란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마침 산 쪽에서 내려오던 어느 노부부에게 우측 
위 국도로 가는 길이 빠른지 아니면 산길로 가는 것이 빠른지 물어보니 국도
로 가면 좀 더 빠르지만, 보행공간이 부족하고 위험하니 곧장 산길로 가라고 
권유했다. 그 마음 씀씀이에 주저 없이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 초입에 반대
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해운대까지 얼마 걸리는지 물어보니 당신 걸음으로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하기에 발걸음에 힘이 났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배합된 
구불구불 좁은 산길에는 등산객이 제법 있었다. 숲으로 뒤덮인 산길에 바다가 
이따금 숨바꼭질한다. 평지길 일부는 달음박질하다 보니 삼십 분만에 주파했다.

청사포를 멀리 두고 산 위로 난 아파트 쪽 도로를 걸으니 숨이 차다, 경사 
45-70도 정도 되는 도로가 오르락내리락거린다. 해운대 마천루가 산을 이루고 
있다. 부산 사람들은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을듯하다. 산 중턱까지 난 아파트
와 도로를 다니면 자연 운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장산역에서 인증샷으로 셔터
를 눌렀다. 동해 남부 방면으로 도시철도 종점인 안평과 장산역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부산 속의 부산한 신도시로 비치는 해운대에 서서히
땅거미가 깔린다. 기장에서 해운대까지 도보 여행시간은 족히 7시간 정도 되었
다. 구포에 도착하니 아침에 달렸던 무궁화는 떠나고 이내 KTX가 소리 없이 다
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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