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청라언덕에 봄이 오다 등록일 : 2012-03-01    조회: 471
작성자 : 김창수 첨부파일:
청라언덕에 봄이 오다 
 
막바지 겨울 체온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2월 하순경, 요란스럽게 울린 휴대폰 벨 소리 너
머로 아버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심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동산의료원 응급실에 와있다
면서 빠른 조치를 원하는듯했다.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가니 응급실은 만원이었고 아버
님은 계속 복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했고 CT 촬영 결과 담도에 돌이 박혀있어 이를 제거
하고 담낭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담낭 질환에 대해서 문외한 나는 의사와 간
호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담석 제거보다 담낭 수술이 더 걱정 되어 가만있지 못하고 
병원 실내를 목적 없이 빙빙 돌았다.

친구나 지인이 병원에 있으면 아무래도 그들을 찾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다. 병원 행정업
무를 맡은 친구와 외과의사 친구를 번갈아 만나서 질환에 대해 물어보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치료를 잘해주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다소
안도가 되었다. 

다만, 과거 심장질환으로 입원 진료한 적이 있어 고령에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이라 수술 전
까지 마음이 잡히질 않았다. 담낭수술 전날 삼일절에 아버님을 뵈러 집에서 도보로 한 시간
이십 여분 소요되는 병원까지 걸어갔다. 도심의 젖줄 신천 강변을 따라 물길과 같은 방향으
로 걷다가 작은 다리를 건너고 도회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 반월당을 거쳐 동산병원까지 도보
행은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수술 전까지 병원에 계속 있어봐야 특별히 아버님에게도 별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아 
봄이 오는 소리에 마음을 추스르며 신천에 흐르는 물처럼 시원스럽게 수술이 잘되기를 기원
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강변에 서 있는 나무에도 파란 기운이 싹트고 
신천으로 흐르는 강물도 요란스럽게 울면서 흐른다. 물막이 보에서 낙하하는 물기둥이 하얀
실타래처럼 쏟아지며 겨울동안 이끼 낀 바닥을 세척하며 힘차게 흐른다.

고독한 도회의 겨울이 서서히 걷혀가는 듯 강변에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화려하게 채색되고, 
오리도 날개를 펴며 물 위에서 자멱질이 한창이다. 봄을 즐기는 자에게 봄은 저만치 왔건만 
′春來不似春′ 하늘은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계산 오거리에서 동산의료원으로 가는 길은 보통 달구벌대로를 따라 서문시장역 네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서문시장 방면으로 가는 것이 대길이지만, 방송에서 익히 보아왔던 제일교회 
옆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아무래도 지름길 같아 청라언덕을 거쳐 동산병원으로 방향
을 잡았다.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는데, 이 ′청라′는 푸른 담쟁이로 뒤덮은 
동산병원 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말한다고 한다.  

청라언덕으로 오르는 계단 옆 입구에는 역사를 탐구하려는 듯한 학생들이 제법 서 있었고, 어
떤 부자는 계단에서 서로 마주 보며 담벼락에 붙여진 삼일절 투쟁 사진을 보며  진지하게 이야
기하는 자도 보였다.  

매일신문사 건너편 청라언덕으로 난생처음 올라가 봤다. 동산에 올라서니 시내가 잡힐듯하고 
하늘에 닿을 듯 첨탑의 미를 자랑하는 제일교회와 100년 풍상을 겪은 의료선교원과 구한말 선
교 및 의술을 베풀었던 외국 선교사 집이 고색창연한 미소를 띠고 우뚝 솟아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세월에 녹아든 벽돌 위로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듯한 담쟁이넝쿨이
벽에 가로 혹은 세로로 단단히 실타래처럼 엮어져 청라언덕의 근, 현대사를 일깨워주는 듯하다. 
의료선교 문화재 고택에 질기도록 붙은 담쟁이넝쿨은 청라언덕 주변이 대구의 근대 선교와 교육,
의료의 산파역으로 한 알의 밑거름 동산이 되었음을 오늘에도 말없이 대변해준다.

의료선교관 입구에는 서양 선교사가 가지고 온 수십 그루 사과나무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과
나무 한 그루가 보호수 역할을 하며, 마치 세월의 연륜에 어찌할 수 없는 노인처럼 호리호리한
모습으로 여러 개의 지팡이에 기댄 채 서 있다. 

선교사 고택 사이에 박태준의 동무생각이 아로새겨진 노래비가 맞으편에 그의 사진과 일대기를 
적은 커다란 판넬을 바라보며 동무생각이 소리없이 흘러나온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 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때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내가 네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없이 오는 눈발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의료선교원 터에서 동산의료원 방면으로 바라보면 비슷한 연륜을 자랑하는 계성 동산이 
포근하게 마주하고 있다. 고색창연한 역사관이 마치 오랜 지기처럼 반가운 듯 양 언덕에
서 서로 위로하며 손짓하는듯하다.

문득 고등학교 때 1년간 자취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남산동 서현 교회 뒤편에서 자취할
때 등하교는 큰 도로를 따라 지금의 서문시장역 네거리를 따라 시계추처럼 한 치의 오차
도 없이 다녔다. 그 당시 낭만이라고는 계성 동산 안에서만 찾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오늘 처음으로 청라언덕을 오르면서 계산오거리에서 모교로 가는 길이 있음을 알고 내심
탄식?을 해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학창시절에 허허벌판 같은 아스팔트 길로 다녔으니 무지로 
아름다운 사춘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는지 곱씹어본다. 자취방에서 계산 오거리를 지나 
청라언덕을 따라 모교로 등교만 했어도 나의 청춘은 더욱 푸르고 아름다웠으리라 감히 상
상해본다. 아름다운 공간은 멀리 있는 게 아니며 제때 찾지 못할 따름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청라언덕도 꿈틀거린다. 카메라 셔터 소리. 선교사 고택 앞에 설치된 의
자에 앉아 웃음꽃을 터뜨리는 중년의 여자 서넛 어깨너머로 가는 햇살이 살포시 쏟아진다.

청라언덕 건너편에 손에 잡힐듯한 계성 동산 50계단에도 봄의 교향악이 빗발처럼 쏟아진다. 
* 부친은 담낭수술이 잘되어, 이틀 후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
동무생각(출처 가나여행사)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1~1986년)이 마산 창신학교 교사 시절(1921~23년) 교분을 쌓게
된 노산 이은상선생에게 1911~1916년까지 계성학교에 다녔던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지나던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는데, 이 짝사랑이 작곡의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동산은
그가 현 제일교회 옆 3·1운동 계단을 지나 등교하던 길이었다. “그 여학생이 한 송이 흰 
백합처럼 절세 미인이었지만 박태준 선생은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고, 그
녀는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이 사연을 듣고 ‘노랫말을 써 줄 
테니 곡을 붙여보라’고 권유, 탄생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박태준

한국 음악계의 선구자
(출처 충청매일 http://www.ccd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7448)                 

작곡가 박태준은 1900년 11월 22일(음력) 대구 중구 동산동 72에서 태어났다. 대남(大南)소학교를
거쳐 미 장로교에서 경영하는 계성학교를 1916년 졸업한 뒤 평양에 있는 숭실 전문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계성학교에 다닐 때부터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숭실 전문학교에 진학해서는 음악을 전공
하고 졸업 후 1921년부터 23년까지 마산의 창신학교에서 1년반 동안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다.

창신학교 재직 중 1922년 작곡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어느날 해변을 거닐다 악상이 떠올라 집
에 돌아와 오선지에 옮겼다고 한다. 처음 제목은 사우(思友)였다. 해방이 되어 중·고교 교과서에 
실리면서 ‘사우’는 우리말로 풀이되어 ‘동무생각’이 되었다. 처음 마산에서 불리기 시작하면서 
삽시간에 젊은이들의 애창곡이 되었다. 일제 치하에 우리말 노래가 별로 없어 노래에 대한 갈증이
크던 시절이었다.

박태준은 이후 모교인 계성학교에서 영어와 음악교사로 초빙받아 8년간 근무했다. ‘동무생각’을 
작곡한 2년 후인 1924년 윤극영의 동시(童詩)에 곡을 붙인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으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이 나왔고 1년후인 1925년 ‘오빠생각’이 탄생했다.  

그 뒤 숭실학교의 말스베리 교수에게 1년간 대위법과 화성학 등을 사사한 후 미국 유학의 길을 떠난
다. 그가 도미하게 된 것은 숭실학교 교장으로 있던 매큐인 목사가 테네시주에 있는 터스칼럼 대학의
스칼러십을 얻어 가게 되었다. (한국 가곡사, 13~14쪽, 김점덕, 과학사, 1989)

그는 이 대학을 1년만에 마치고 1933년 음악대학인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음대에 
들어가 합창음악을 공부하여 졸업한 후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다.

그는 곧 평양의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갔으나 1년 반쯤 후 신사(神社)참배 문제가 일어나 1938년에 
학교가 폐교되는 바람에 다시 대구로 내려가 계성학교에서 4년간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다.

그는 일본 패전 말기 미국 유학을 갔다 왔다는 이유로 일본 헌병대에 잡혀가 두어달 갇혀있다가 
서울에서 해방을 맞았다.

그는 해방 후 1946년 경성여의전(京城女醫專) 교수로 있다가 1948년 연세대로 옮겨 1974년까지 26년간
근무했다. (후반 8년은 음대 초대학장으로, 정년 퇴임 후엔 특별강사대우로 있었던 것) 박태준은 1952년,
미 우스터 칼리지(Wooster College)로부터 명예음악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를 떠난 후 그는 큰 아들이 있는 미국에 잠시 다니러 갔다가 건강 악화로 위를 3분의 1이나 잘라
내는 수술을 받고 8년간 미국에 머물렀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1986년 10월 20일(양력)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는 한국음악협회장으로 치
러졌으며 유해는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일산 기독교 공원묘원에 안장되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박태준은 널리 불리는 찬송가 ‘나 이제 주님의 새 새명 얻은 몸’의 작곡가이기
도 하다.이 찬송가는 이호운(1911~1969)목사의 가사에 곡을 붙인 것이다. 그는 서울 남대문교회 집사로서 
성가대를 28년간 지휘했다.

남대문 교회에서는 2011년 11월 20일 ‘박태준 박사 탄신 111주년 기념 예배 및 찬송가 기념비 제막식’
을 가졌다.박태준이 작곡한 주요 노래들의 제목이 적힌 흰색 철제 조형물과 함께 세워진 이 찬송가 비에
는, 앞면에 “나 이제 주님의 …” 악보가, 뒷면에는 개인 약력이 새겨져있다. 그는 슬하에 2남 3녀를 두
었으나 자녀들 중에 음악의 대를 이은 이는 없다. 현재(2012년) 남대문 교회에는 그의 막내 아들 박문식 
집사가 다니고 있다.

그는 가곡, 동요, 찬송가, 교가 등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연세대 교가와 제헌절 노래도 그의 작품이다.
“대은암 도화동 이름난 이곳…”으로 시작되는 필자의 모교인 경복중고등학교 교가에 곡을 붙인 이도 
박태준이다. 해방 후 일제 때의 일본어 교가 대신 우리말 교가를 새로 지을 때 가람 이병기 선생이 가사
를 쓰고 박태준 선생이 곡을 붙여 만들었다. 그는 한국 음악계의 기초를 다진 선구자였다.    
글쓴이 이정식(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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