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태종대 고등어 등록일 : 2011-11-22    조회: 428
작성자 : 김창수 첨부파일:
태종대 고등어

하늘과 바다와 산이 형제처럼 나란히 어깨를 두른 태종대는 변화무쌍한
일기에 따라 붉으락푸르락 수많은 형태의 얼굴을 드러냈다.

잿빛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듯하다가 이내 구름 사이로 하얀 얼굴
을 드러내며 붉은 햇살이 부채처럼 펼쳐지고 먹구름은 멀리 비켜가고 있었다.
바다는 파도를 일으키며 지그재그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날개를 단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바다는 수평선 위로 수많은 물방울을 파도로 치
환하여 마치 젖가슴처럼 통통거리며 출렁거렸다.


격렬한 파도에 잠겨버린 물고기는 인간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다와
물고기, 인간의 통신 역할을 담당하는 낚싯줄에도 미세한 감촉은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적어도 오후 중천에 구름 사이를 헤집고 돋아난 해가 서쪽
으로 기울기 전까지는 바람 소리, 자갈 소리, 파도 소리만이 적막한 풍경을
깊고 깊은 골짜기로 내몰았다.

파도의 우악스러운 기력에 몰린 자갈은 저들끼리 똘똘 뭉쳐 바다로 휩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파도와 맞서 싸우며 짜글짜글 울부짖었다. 자갈이 우
는 소리는 바다 양편으로 둘러싼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과 바위에 메아리가 되
어 태종대 태원 자갈마당으로 되돌아온다. 파도 소리, 자갈 소리에 태종대 앞
바다는 태고의 자연 모습 그대로 언제나 나그네를 맞는다. 파도와 자갈이 격돌
하는 바닷가에는 하얀 거품이 끊임없이 일어서다 사그라진다. 쪽빛 색과 하얀색
이 결합한 바닷가에 형형색색의 관광객이 어린아이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을
만든다.

한 어린아이가 바다에 고함을 지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장단으로
흰 거품을 일으키며 자갈을 삼키는 바다에 노한 어린아이는 힘차게 돌을 던진다.
건너편에서 낚시하던 노인이 아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던진다. 바다는 아
이와 중년의 사내, 노인을 모두 끌어 않는다. 사람은 떠나도 언제든지 다가오면
변함없이 그들을 끌어안을 것처럼 바다는 풍만한 가슴으로 맞는다.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 큰 바위가 듬성듬성 둘러처 진 바다 사이로 안개가 걷히듯
태평양이 꿈을 꾼다.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화물선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육
지를 애타게 바라본다. 이따금 유람선이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며 관
광객을 실어나른다. 뒤뚱거리며 파도를 타는 유람선 깃대 위로 갈매기가 졸졸 따
라다닌다. 유람객도 파도를 타고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가락도 파도를 타
고 육지로 메아리쳐진다. 트로트 장단도 빠르다. 빠른 물살처럼 경쾌하고 신이 난
다. 갈매기, 유람객이 파도에 몸을 싣고 춤을 추며 오래도록 한 폭의 풍경화를 연
출한다.

굴곡진 갯바위에 걸터 선 낚시꾼이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수
직 절벽 아래 틈새 갯바위는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톱니바퀴형태도 더러 있어 여
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지만, 유람선 선착장의 평평한 시멘트 바닥과 이어져 제법
공간을 만들어준다.

파도치는 날에 사람들은 안다. 깊어가는 가을에 전갱이와 고등어가 언제 몰려오는
지 시간을 재며 태종대 갯바위로 낚싯대를 들고 온다. 푸르도록 시린 하늘과 소나
무 숲을 바라보며 하늘과 바다, 숲이 한곳에서 숨을 쉬는 삼색의 조화에 도취할 때
갑자기 앞에서 낚시를 하던 형제인듯한 낚시꾼 바늘에 고등어가 걸려 올라왔다.
어신의 감지가 전혀 없던 바다에 드디어 고등어가 몰려왔다. 고등어와 전갱이가 어
울려 단체로 태종대 갯바위 가로 몰려든다. 고등어의 식사시간은 오후 서너 시부터
시작하여서 해가 질 무렵 피크를 이루는 모양이다. 태종대 갯바위 앞바다로 몰려드
는 고등어는 날씨와 파도 등에 따라 식사 시간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고등어는 일정
한 시간이 되면 태종대 앞바다로 왜 몰려드는지 알 수가 없지만 해 질 무렵 고등어
가 몰려들면 꾼들의 입질과 탄성, 고함에 조용하던 바다는 소란스런 바다로 변해버
린다.

고등어가 올라오는 시간대에 갯바위는 꾼들과 구경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카메
라 촬영 셔터 소리, 낚시꾼들의 환호와 몸부림치는 고등어로 갯바위는 장관을 연출
하고 바다도 놀라 파도 소리가 함몰된다.

한치의 틈새도 없이 일렬횡대로 이어진 낚싯대마다 고등어가 발버둥을 치며 연방 올
라온다. 갑자기 해변 제일 가까운 곳에 낚시하는 꾼에게 시선이 쏠렸다. 고등어, 전
갱이가 주류인데 비주류인 숭어가 낚시에 걸린 채 수면으로 얼굴을 드러냈다.서서히
잡아당기면서 끌어올리다가 낚싯줄이 터져버렸다. 뜰채가 없었던 모양이다. 숭어와
씨름하던 꾼은 허탈한 모양이었던지 한참이나 발아래 바다를 바라보는듯했다.

기차로 귀가 중에 옆 좌석에 앉은, 대전에 산다며 연세가 칠십이라는 분은 왕년에 부산,
포항에서 살 때 낚시를 많이 했다면서 뜰채가 없으면 힘으로 숭어를 낚아채기는 어렵다
며 숭어의 힘을 빼야 하는데 물 먹이면 된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 물으니 낚싯줄
을 탄탄하게 끌어당기는데 바다 수면 밖으로 끌어당겨 계속 물을 먹이고 해안 가까이서
힘이 빠진 숭어를 잽싸게 위로 쳐올리면 탄력으로 올라온다고 했다.

고등어 채비를 넣자 살오른 고등어가 걸려들며 몸부림친다. 낚싯줄이 이리저리 휘감기
고 탱탱해진다. 달아나려는 고등어와 낚아 올리려는 꾼의 즐거운 장단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낚싯줄에 걸려 올라온 등 푸른 고등어를 바늘에서 빼려고 하면 고등어는 힘을
다해 몸을 뒤튼다. 고등어 몸통을 잡으면 매끈한 촉감과 기세등등한 힘에 손맛은 점입
가경이다. 바늘에 이미 걸린 고기 중에는 망상어나 놀래기처럼 체념하고 가만히 있는 물
고기가 있는가 하면 학꽁치나 전갱이, 고등어처럼 바늘에서 빼려고 몸통을 잡으면 더 요
란스럽게 발버둥치는 물고기도 있다.

고등어는 군집성 어종으로 몰려다니다 보니 낚시로 잡는 시간도 순식간이고 운이 좋으
면 한 두 시간에 한 다랑이도 잡는다고 한다. 바다 물밑 속에 낚시꾼이 던진 미끼가 촘
촘히 박혀있고 이를 미끼로 덥석 무는 고등어가 여기저기 갯바위로 올라온다. 더러는 낚
아올리는 탄력에 의해 옆 꾼들의 낚싯줄에 뒤엉켜 낚싯줄을 푼다고 서두르다 보면 마음
만 급해지고 더 엉켜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낚싯바늘이 여러 개 달린 고등어 채
비가 뒤엉켜 급하게 풀려고 하면 되레 더 감겨 급한 마음에 전부 잘라버리고 새로 카드
채비를 묶는다. 여기저기 고등어가 올라오고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고등어낚시에 체면이
고 체통이고 필요 없다. 오직 한 마리라도 더 낚아올리려는 꾼들의 태종대 앞바다의 고
등어 낚시몰입은 황혼에 타들어가는 바다보다 더 정열적이며 태평양보다 깊고 푸르다.

김창수(6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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