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끼룩끼룩 갈매기 등록일 : 2011-01-25    조회: 717
작성자 : 김창수 첨부파일:
끼룩끼룩 갈매기
 학꽁치의 은빛 살결과 바다로 쏟아지는 하얀 햇살이 부딪치며 
   서슬 퍼런 바다에 차갑도록 아름다운 하얀 꽃 무리를 만들어 낸다. 
     학꽁치가 지나간 자리에는 은빛 여운이 일렁거리고,
       강태공의 욕심 덩어리가 잘게 썰어져, 쓰다 남은 새우미끼와 뒤범벅되어
         붉은 마음을 퍼뜨리며 바다로 가라앉는다. 

토끼가 지혜롭게 재주를 넘는다는 신묘년에 소한의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대한이
힁허케 지나갔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처럼 뒤늦게 반짝거린
대한의 잔영인지 겨울 날씨치곤 포근했지만 매서운 바닷바람에 체감온도는 영하였다. 

감포 포구를 지나 바다가 지척에 보이자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급해 언덕배기를 뛰어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씨알굵은 망상어가 갯바위로 오르고 학꽁치가 쏘아붙이는 햇살에 은빛 무늬로 허공
에서 춤을 추며 뛰어오를 것 같다. 

바다가 눈 앞에 보이는, 솔송을 울타리로 두른 송대말 등대 위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희고 
고운 새털구름이  반짝거리다 이내 사라졌다.  행운의 여신처럼 왔다가 사라진 구름이 이채롭다. 

감포 송대말 등대 앞바다는 천사처럼 잔잔한 바다였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도 심연의
바다처럼 가라앉는다. 폭풍 노도와 같이 질주하는 파도도 없다. 살포시 다가온 파도는 갯바위를
부드럽게 애무하고 사라진다. 애무의 덩어리는 하얀 거품으로 산산이 쏟아진다. 

겨울 바다는 차가움 속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고 아름다움 속에 차가운 기운이 떠나지 않는다. 하
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바다일지라도 지구촌 이상기온으로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한반도가
마치 빙하의 계절이라도 온 듯 수 일간 쏟아진 북풍한설에 근해도 얼어버리고 사람의 몸과 마음
도 얼어버렸다. 날이 풀려도 얼어 버린 마음은 땅과 바다보다 쉬 풀리지 않는다. 어느 지역은
90년 만의 강추위라 하고 또 어떤 지역은 이십 년 만의 잔인한 계절이 왔다고 하였다. 기상예보
에 의하면 대구도 삼십 년 만의 강추위가 돌아왔다고 했다. 

삼십 년 만의 강추위라! 그러고 보니 대처 도회에서 자치하던 시절이 꼭 삼십 년 전이다. 그 당시 
회자하기를 산중의 산골이요 골 중의 골골이라는 영양을 벗어나 갓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이 혼자
대구로 나와서 일 년간 자취를 했다. 길은 멀고 해는 짧아 수업이 파하면 토요일 오후에 시골로
내려가면 가족을 만나고 다음날 오기 바빴다. 지금처럼 고속도로가 생긴 것도 아니고 국도는 나 있
어도 시외버스는 정류소란 정류소는 거의 다 정차했다. 무정차란 말도 없었다.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을 출발한 버스는 동명을 지나 군위, 도리원, 안계, 의성, 안동, 진보 등 온 산천을 두루두루 지
나가며 급할 것 하나 없은 김삿갓 방랑하듯 정류소란 정류소는 다 정차했다. 대처 도회에서 주말에 
한번 집에 가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일요일 오후 그리운 가족과 헤어지기란 왠지 섭섭하고 서글펐다.
부모.형제의 그리움은 혹한의 겨울 추위보다 더 시리고 아팠지만, 나만이 겪은 일이 아니라서 지나
가는 세월 속에 어렴풋이 떠오를 따름이다. 

방학 중 어느 혹한의 겨울날, 집에서 늦게 출발하여 대구 자췻집에 도착하니 밤 10시는 넘었을 거다. 
꼭 이맘때쯤으로 기억된다. 날씨는 요즘처럼 소위 빙하 아닌 빙하의 계절이었다. 대구 기온이 연일
영하 10도는 넘었다. 가게나 주인집은 문이 닫혀 있고 불쏘시개 석가탄은 다 써버린 상태에서 주인
집 문을 두드릴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혹한 날씨가 며칠간 지속하여
방안은 냉기가 흘렀고 매서운 바람은 금방이라도 문풍지를 뚫고 들어올 듯 슬픈 여인처럼 쉼 없이 
울어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에서 이불을 몇 겹이나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지만, 혹독한 추위에 
전전반측 전전불매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너무 추워서 잠이 제대로 오지 않은 경우는 겪은 자만이 알 것이다. 예기치 못한 빙하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떠들어 대는 방송을 자주 접하다 보니, 추운 지방에서 몸과 마음이 단련된 자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물고기도 잠을 잔다는 영등철(2월) 같은 송대말 등대 앞바다는 여인으로 치면 골이 깊게 팬 젖무덤
에 점이 점점 나 있고 탄력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아직도 사십 대 초반의 미색을 갖춘 중후하고 차
갑지만 아름다운 바다이다. 

빙하의 계절이 돌아온 듯한 냉혈의 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다에 두 눈을 부릅뜨고 봐도 고기는 
시야에 포착되지 않았다. 강태공의 미끼에 굶주린 학꽁치가 은빛 물결을 타고 달려왔지만 이내 사
라졌다. 잠시였지만 학꽁치 일곱 수와 망상어 한 마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바다를 애타게 바라보는 넓적한 갯바위 앞에 일흔은 넘은 듯한 삶의 주름이 묻어있고, 검버섯이 몸 
구석구석 핀 늙은 강태공은 연방 담배를 피운다. 성질난 바다는 담배 연기를 죽여버린다. 뽀얀 불빛 
이 이내 사그라진다. 모락모락 피지도 않은 담배를 바다에 와서 피우는 강태공을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난다. 천연의 바다까지 와서 담배 피우는 강태공에게는 물고기 전령사를 통해 미끼를 건드리지
도 말라고 용왕에게 건의라도 해야 할 듯하다. 

배고픈 갈매기가 추위에 지쳤는지 고양이처럼 울며 연방 야단법석을 떤다. 옆 자리의 늙은 강태공 
여럿이 갑자기 돌아가면서 고함을 지른다 "물오리 죽일 놈!" " 저놈의 물오리 때문에 왔던 고기도 달 
아나버려" " 또왔다 저놈의 물오리" 늙은 강태공이 가지고 있던 낚싯대로 마치 잡아 죽일 듯 수면 
아래로 휘저으니 화들짝 놀란 물오리 새끼가 기우뚱 그리며 수면 아래로 제트기처럼 질주해버린다. 
수면 아래 비친 물오리의 질주는 앙증스럽고 귀여웠다. 강태공에 쫓겨 쏜살같이 달아나는 물오리 
의 횡단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삼백 여미터 앞에 놓인 갯바위 위에 조그만 무인등대가 있고 그 옆
갯바위에도 강태공이 낚시한다. 무인등대와 갯바위 사이 바다에 갈매기가 무리지어 먹이를 사냥한다.  
물고기 사냥의 달인답게 날렵하게 주둥이와 발로 물고기를 낚아챈다. 바다 수면과 부딪칠 듯 말 듯 
발가락으로 물을 치고 날아오르다 다시 바다로 날아든다. 갯바위에 뱃살을 드러낸 갈매기가 무리지 
어 있고. 갯바위를 애무하며 부서지는 포말이 갈매기 뱃살에 튀는 듯 하얀 깃털과 하얀 포말이 부딪쳐
한 폭의 수채화로 수를 놓는다. 

이따금 통통배가 햇살을 뜨겁게 받으며 잠시 머물렀다 지나간다. 생존을 위해 바다를 업으로 바다를 
전답으로 살아가는 어부의 그물걷기가, 가을걷이 추수하는 농부처럼 환하게 다가온다. 냉혹한 바다 
도 저 어부의 마음까지는 얼게 할 수 없다. 거문도에 거주하는 어느 시인은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고 했고 바다를 부대끼라고 했다. 그 시인은 자칭 생계형 낚시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저 어부는 
온몸을 던지며 생존의 그물을 내려놓고, 건지며 또한 낚시를 하고 있다. 

수적으로 따지면 바다로 가서 낚시하는 다수는 생계형도 아니고 생존형 낚시는 더더구나 아니다. 
취미로 혹은 니코틴에 중독된 자처럼 혹은 등산에 중독된 자 처럼 낚시중독자로 그냥 바다로 가는 
것이다. 물론 덤으로 세월도 낚고 스트레스도 푸는 등 낚시 유형도 각인각색일 것이다. 

강태공의 현란한 유혹에 일단의 학꽁치 무리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다를 횡단하며 갯바위 가까운 
수면 위로 잠시 떠올랐다. 그러나 학꽁치는 이내 강태공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이내 먼 
바다로 혹은 깊은 바다로 사라졌다. 학꽁치 등장 찰나에 노련한 강태공은 손짓 발짓 온갖 쇼를 연출 
해가며 연방 학꽁치를 낚아 올린다. 

학꽁치의 은빛 살결과 바다로 쏟아지는 하얀 햇살이 부딪치며 서슬 퍼런 바다에 차갑도록 아름다운 
하얀 꽃 무리를 만들어 낸다. 학꽁치가 지나간 자리에는 은빛 여운이 일렁거리고, 강태공의 욕심 덩
어리가 잘게 썰어져, 쓰다 남은 새우미끼와 뒤범벅되어 붉은 마음을 퍼뜨리며 바다로 가라앉는다. 

춥고 배고픈 갈매기가 끼룩끼룩거리고, 파도에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갯바위를 애무하는 바다는 
주황과 빨간색 그러데이션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그리며 산산이 부서진다.  물새마저 잠들어 버린
바다는 바람과 친구되어 비로소 영혼이 숨 쉬는 바다로 태어난다. 갯내음에 절인 포구, 야경 장막
속으로 바다는 빨려들 듯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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