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야누스의 바다 등록일 : 2010-08-31    조회: 791
작성자 : 김창수 첨부파일:


야누스의 바다 

119구조대 몇 대가 몰려왔다. 어기적거리며 태종대 태원자갈마당
입구에 주차하고 자갈마당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난 절벽 
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주황색 복장의 구조대원이 인력구조 장비
를 들고 급히 뛰어갔다. 내일이면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평소
보다 뜸한 관광객이 더러 구조대원 뒤꽁무니를 따라갔다. 되돌아가
던 방랑수필 김삿갓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무전기를 든 해양경찰
서 직원을 따랐다.

바다에 빠지고 긴급구조를 한 지는 이십여 분 흘렀는데 기적적으로 
살 수 있을까? 바다에는 내일 태풍이 몰려오는 전조처럼 파도가 서
서히 크게 일고 있으며 시각이 급한데 육지의 구조대원으로 절벽 아
래로 내려가서 바다로 들어간 아줌마를 어느 세월에 구출할 수 있을
지. 헬기는 뭐하고 빨리 오지 않는 거야 헬기가 가장 빠른 거 아냐 
도회지 시야 안의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를 다른 방법으로 빠르게 
구출하는 방법은 없는지 의문스러웠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긴급하게
무전을 치고 119구조대원은 보기와 달리 날렵하게 바다로 내려갔다.
울퉁불퉁한 너른 갯바위 아래로 민간인은 잠시 한눈을 팔다간 절벽
아래로 떨어질것 같은 직벽 아래로 구조대원 여러 명과 경찰이 금새
내려갔다.

바다는 울부짖고 포효한다. 바다가 사람을 삼켰다. 하얀 포말을 그
리며 아름답던 바다가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구조대원 한 명이 로프
로 몸을 묶고 갯바위에서 오십 미터 쯤 바다에 떠있는 사람을 구하러
들어갔다. 이윽고 구명보트가 쏜살처럼 달려와 모두를 싣고 도회가
보이는 병원 쪽으로 총알처럼 달렸다. 시각이 급한 모양이다. 갯바위
옆에 널브러진 아줌마의 유품을 한 경찰이 주워서 올라온다. 순식간
에 일어난 일이다. 하필 바다는 왜 그리 진노했는지 모를 일이다.


김삿갓은 자기 앞에 펼쳐진 악마의 바다를 직접 목격하기는 처음이다
아름답게만 보였던 바다가 때로는 사람을 삼키는 추한 바다의 모습
으로 오늘 다가왔다. 저토록 시리고 차가우리만큼 아름다운 바다가
잠시만이라도 갯바위를 때리지 않았으면, 잠시만이라도 그 아줌마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아니 119구조대원이 오기까지 잠시만이
라도 노여움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병원에서 극적으로 소생할지는 희망사항이지만 조금 전 구출할 때 경
찰관의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로는 맥박이 뛰지 않는다고 했다. 바다로 
투신 후 이미 이십여 분 흐른 후여서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그 여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이튿날 인터넷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하던 형제가 사망 또는 실종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 여자의 유가족을 찾는다는 기사도 실려 있었다.

태원자갈마당에는 파도에 조약돌이 속삭이지만, 입구 화장실 옆으로
난 길에는 절벽으로 통하는 길이 있고 절벽에서 멀찌감치 다소 너른
평지가 있어 평소에도 사람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다. 조그마한 바위
들이 엉기고 뒤섞여 망망대해를 조망하기에 이를 데 없지만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무서울 정도로 깎아지른 바위 아래 갯바위가 너울이 
심한 파도에 매 맞기 일쑤다.

파도가 일어 태원자갈마당에서 낚시하기는 다소 위험해 보였다. 낚시꾼
도 한두 명 보일 뿐 바다의 위력을 새삼 아는 듯 파도만이 거세게 다가
온다. 낚싯대를 접었다. 오후부터 파도가 더욱 거칠어지고 밤부터 제주
도에서 몰려오는 열대성 저기압 태풍이 빠르게 올라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터였다. 잔잔한 바다에도 대낮에는 물고기가 잠을 잔다. 먹이도 
먹지않고 해안으로 오지도 않는다. 사람이나 물고기나 매양 한가지다.
시도때도없이 먹이를 먹지않는다. 늦은 오후부터 배가 고프면 해안으로 
고기가 올라온다. 그러다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붉게 스펙트럼을 터뜨
리고 사방이 어스름해 질 때 배고픈 물고기가 길길이 날뛴다. 그때를
놓칠세라 도회지에 사는 강태공은 야광 찌가 붙은 낚싯대로 고등어, 
매가리, 꽁치 등 고기를 연방 끌어올린다. 씨알 좋은 고기가 올라오면
몇 마리로 저녁 반찬거리가 된다.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를 감싸는 듯 휘감은 건너편 소나무 숲에서 우러
나오는 향기가 바다를 덮고 소나무 울음소리가 파도보다 크게 울릴 때
평화로운 바다도 태풍이 올라오면 미친 듯이 온갖 쓰레기를 육지로 내
몰아 버리고 사람을 삼키고 집을 삼킨다. 바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
스의 바다다.

물고기의 얼굴은 고사하고 미끼까지 건드리지 않는 파도가 서서히 소리
없이 한 움큼 몰려오는 한낮의 바다는 세월도 낚을 수 없는 무미건조한 
바다일 뿐이며 경외보다 차라리 난폭한 사자처럼 울부짖는 노여움의 바
다는 차라리 멀리하는 게 좋을 듯하다. 물론 난폭하고 광적인 바다를 
바라보는 자도 더러 있지만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 

절벽 위에서 멀리 떨어진 오밀조밀한 바위로 올라가서 점점이 떠있는 섬
과 배, 멀리 산자락 아래 도토리 키재기처럼 오밀조밀 서 있는 아파트를
바라보던 한 쌍의 연인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절벽 아래 갯바위에서 어떤 
아줌마가 바다로 들어간다고 그 남자는 급히 119로 전화를 거는 듯했다.
그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털이 많이 난 외국인이 더 크게 고함을 지른
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절벽 아래 갯바위에 어떤 여자가 
자꾸만 바다 쪽 갯바위로 몸을 뒤틀며 다가간다.

무서우리만큼 파도는 거세게 일고 갯바위로 점점 가까이 간다. 너무나 
깊고 멀리 떨어져 고함을 질러봐야 모깃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파도소리
만이 갯바위를 집어삼킬 듯 포효한다. 119에 신고하는 순간 그 여자는 
바다 쪽 갯바위로 다가가더니 파도에 휩쓸려 갔다. 옆에 섰던 여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다가 여자를 삼켰다고 노발대발한다. 일순간이었다. 
파도에 휩쓸려간 여자는 갯바위 부근에서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분노의 
바다가 기어이 사람을 끌어들였다. 이미 술을 과하게 먹은 것인지 몸을
뒤틀리게 움직이는 여자를 조금의 시간도 두지 않고 아니 119가 조금 있
으면 올껀데 그때까지만이라도 기다리지 못하고 파도는 뒤로 물러서지 않
고 기어이 갯바위로 더 크게 올라왔다. 너무나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아주머니가 남긴 소지품만이 어지러이 널브러진 듯하다.

뒤에서 자리 깔고 소주를 마시던 두 중년의 남자도 그제야 놀란 듯 절
벽 아래 갯바위를 바라보며 그들이 않아서 소주를 먹는 동안 지나가던 
그 여자냐며 안타까워한다. 조금전에 자신이 앉아있는 뒤로 절벽으로 
가는 길의 그 여자 같다며 60대 중반의 여자로 보인다고 했다. 그들은 
여자 혼자 절벽으로 가면 좀 말리든지 하지 뻔한 거 아니냐며 이야기 
좀 하지 남자들 그들이란 경치 좋은 곳에 술만 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말이 없다. 외국인이 더 안타까워한다. 그 여자가 바다로 휩쓸려
갔을 때 그 외국인은 절벽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위험하다고 했다. 119
구조대원도 부른 상태이고 이미 바다로 휩쓸려간 상태로 어찌할 수 
없는 상태였다. 

꿈을 꾼 것일까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지만 대
부분 교통사고가 주류다. 하루에도 교통사고로 누가 죽었다. 피서철에 
강에 바다에 빠져 죽었다.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렸다는 등 매일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아름답기만 하던 바다가 추악한 바다의 모습도 
보인 야누스의 바다를 김삿갓은 본 것이다. 휴대폰을 켜자 육촌 형이 
구월 초순에 시골의 선산에 벌초한다며 가능하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냥 뜬금없이 건성대로 답하고 pc 방에서 손가락이 가는 대로 자판기
를 두들긴다. 삶이란 신성하고 삶이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아니 너무나 가깝다고 
여겨온 사람이 그대를 배신할지 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 만 할 일이
아니다. 인명은 재천이요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란 말을 그대는 알고 
있지 않은가 벽에 똥칠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입에 거미줄을 치더
라도 생명은 존귀하고 고귀하며 황제의 몸이나 거지의 몸이나 몸뚱이
는 다 같다. 죽어서 흙바람에 날려 재가 되는 것은 매양 한가지다. 
김삿갓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바다를 뒤로하고 낚시통은 걸 치적 
거려 자주가는 할머니 낚시 집에 맡기고 시내버스에 KTX에 몸을 맡기
고  다음 행선지에서 아름다운 밤을 꿈꾸며 깊은 잠에 빠졌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거여" 


태종대는 차가우리만큼 아릅답습니다
하지만 이면에 슬픔과 외로움 고독도 묻혀있는 바다였습니다
전망대와 신선대  등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애인 어른 여학생 노인 할머니 등등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오는 듯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태종대를 보려고 오는 사람도 많은 듯 보였습니다
바다는 바다 자체로 꿈과 낭만을 주기도 하지만 
말로만 듣던 자살바위 신선대 망부석을 바라보니 
삶의 외경을 느끼게 합니다
누구의 삶이든 다 아름답고 존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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